이 증언록은 역사문제연구소가 발간한 『다시피는 녹두꽃』(1994)과 『전봉준과 그의 동지들』(1997)을 원문 그대로 탑재한 것으로
동학농민혁명 전공 연구자들이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유족을 직접 만나 유족이 증언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이종태(李鍾泰)
1856~1894. 본관은 경주. 강원도 원주, 횡성에서 농민전쟁에 참가. 횡성 전투에서 전사.
이정희(李鼎熙)
1938~ . 이종태의 증손. 강원도 생활체육협의회 사무처장.
1952~ . 이종태의 증손이며 이정희의 동생. 기원을 경영하며 동학농민혁명유족회 이사로 활동중.
박준성
다시피는 녹두꽃
1894년 강원도에서 농민군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것은 9월 들어서였다. 강원도 농민군은 주로 정선, 평창, 영월, 원주를 중심으로 하는 세력과 홍천군 일대에서 활동한 세력에 의해 전개되었다. 이종태는 원주·횡성 쪽에서 활동하다 각지에서 농민군이 토벌될 때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증손인 이정희, 이완형은 삼촌에게 증조할아버지가 동학군에 참가했다는 말을 이렇게 전해들었다.
그때 당시에 증조부가 원주에서 횡성 지구 그쪽에 동학군에 참여하셨다고 해요. 내용에 대해서는 깊이 모르고, 작고하신 삼촌께서 내용을 알고 계셨는데, 삼촌도 구전으로 들으신 거거든요. 그때는 원주 불원면에 사셨는데, 뭐 지구대장 하셨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어요. 삼촌이 그러시드라구요. 횡성에서 한참 몰릴 때 전사하셨다고 그러더군요.
농민전쟁에 참가하였을 때 40여 세 가까이 되었고, 재산도 좀 있었다고 한다. 불원에 산도 있고 전답도 있고 농민전쟁에 참가했다가 돌아간 뒤 어디에 묻혔는지 백방으로 노력해보았지만 아직 어디에 묘소가 있는지 모른다. 기일을 모르니까 제사도 못 지내고 있다.
저희하고 가까운 친척들이 거기 살고 계신데 가가지고 몇 번 탐문을 해봤어요. 그런데 증조부의 묘소도 아직 못 찾고 있어요. 그때에 거기서 전사를 하셔 가지고 원주 문막 조금 지나서 동화라는 데가 있는데 그쪽에다가 그냥 매장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횡성이라는 얘기도 듣고, 정확하게 찾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못 찾았어요. 제사는 못 지내요. 기일을 모르니까.
원주 쪽에서 싸우다 전사를 하셨다는데, 시신도 못 건져 가지고, 저희들이 나중에 그 내용을 알고, 거기 옛날 노인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고 찾아갔어요. 그런데 아무도 모르더라구요. 결국은 거기 흙 퍼다가 우리 증조할아버지를 모셨는데. 마지막 전사하신 데가 원주 굴원이래요. 지금보면 논바닥 같은 덴데, 어딘지를 찾지 못하고, 날짜도 모르겠고.
증손자들은 증조할아버지가 죽은 뒤 집안생활이 순탄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할아버지는 독자였고 나이도 어려 누가 보살펴주어야 했지만, 가까운 일가 친척들도 동학군 자식이라 밥 한 끼를 제대로 먹여줄 수 없는 형편이었고 해서,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다가 7, 8촌 분들이 사는 춘천으로 옮겨살게 되었다. 그곳에서 좀 괜찮게 살던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가 고용살이를 하다시피해서 자수성가했다고 한다. 배우지는 못하였지만 풍류에는 재주가 있어 남사당패를 따라 떠돌아다녔는데 특히 해금을 잘 불었다. 아버지 형제들은 3남 2녀였는데 공부를 제대로 배울 처지가 못 되었다. 부친만 국민학교를 나와 도에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근무를 했다. 삼촌은 왜정 때 독학을 하여 지서에서 급사를 하다가 교사시험을 봐서 합격을 하고 어린 나이에 교사 발령을 받아 금강산 밑 회양에서 교사생활을 하였다. 해방 후에 남하하여 대덕국민학교를 만들어 교사생활을 하고, 침술을 익혀 침도 놓았으며, 그 뒤 천도교 교구장을 하였다. 큰아버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셨다. 어떻게든 증조할아버지의 활동을 좀 더 알았으면 하고 묘도 찾아보려고 하는데, 생각대로 안되어 안타깝다고 한다.
원주 불원면에 일가들이 좀 있긴 있어요. 그런데 저희들하고는 상당히 멀기 때문에, 좀 가깝다는 분이 계셔서 찾아가봤지요. 그런데 그분도 연로하셔가지고, 저희보다 항렬은 하나 위인데 굉장히 연로하시드라구요. 뭐 기억도 잘 못 더듬으시고, 또 그분들이 자손들에게다 뭐 소상한 걸 얘기 안하셔서 젊은 사람들은 그런 걸 모르고 있고, 그래서 제가 듣고 한 것은 그런 정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