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신년(1860년) 정월 입춘 날이었다. 제세주가 시 한 수를 지어 벽 위에 걸었는데 “도의 기운이 오래토록 남아 사악한 기운이 들어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뭇사람들은 함께 돌아가려하지 않는구나”라고 쓰여있었다.
이때에 서양세력이 동양으로 점점 진출하여, 서양의 풍조가 우리나라에 미쳤지만 막을 길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인심이 비등했고 세도가 무너져, 사람들은 천리를 따르지 않고 천명을 돌보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또 저 서양무리들이 견고한 군함과 날카로운 무기로 무력의 위엄을 떨치면서 열강이 다툼질을 하고 날로 요구와 위협을 했다. 하물며 우리 동아 일대가 마침 그 폐해를 받았으니 우리에게 어찌 순망치한(脣亡齒寒)의 환란이 없겠는가?
제세주가 생각한 바는 나쁜 것을 돌이켜 순박하게 돌리며 잡스러운 것을 버리고 순수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제세주는 늘 깊은 근심을 지니고 길이 탄식하였다.
여름 4월 5일(양력 5월 26일) 이 날은 곧 제세주의 장조카인 세조(世祚)의 생일이었다. 나는 선천에서 5만년을 있었는데 내가 공부한 바를 쓸 데가 없었다. 그래서 너에게 세상에 나가길 명하여 사람들을 이 법으로서 가르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의심하지 말라. 이어 포추지(舖硾紙) 종이를 가져와 영부(靈符)를 받으라 하였다. 제세주가 종이를 받들어 살펴보았다. 조금 지나자 글자가 뚜렷하게 종이의 표면에 나타났는데 둥글고 꺾어지며 모나고 굽은 것이 완연히 물건의 형체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를 영부라고 불렀다. 제세주가 그 아들에게 보라고 하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니 영부의 내용은 제세주만이 본 것이다. 상제께서 이렇게 말했다. 영부는 곧 죽지 않는 선약(仙藥)인데 그 형체는 태극이거나 궁을(弓乙) 과 같다. 이 영부를 나에게서 받아 사람의 질병을 구제하고, 나에게서 주문을 받아 사람들에게 나를 섬기라고 가르쳐 주면, 너 또한 오래토록 살고 천하에 포덕(布德)할 것이다. 제세주가 상제의 명을 받들어 그 영부를 받아 종이에 써서 삼키기를 200여일이나 계속하였다. 그러더니 얼굴이 윤택해지고 몸이 붓는 듯하고, 영험한 효력이 뚜렷이 드러나 바야흐로 선약임을 알았다. 얼마 지나 제세주가 영부를 다른 사람의 병에 시험해 보았더니, 혹은 차도가 있기도 했고 혹은 차도가 없기도 했는데 그 이유를 알지 못하였다. 그 까닭을 살펴보았더니 지성으로 하늘을 섬기는 자는 곧바로 효험이 있었지만, 그러하지 않는 자는 효험이 없었다. 효험의 여부는 그 사람의 정성 여부에 달려 있었던 것이다. 나의 마음이 곧 너의 마음이다. 너에게 오만 년 이래 펴지 않은 무극(无極)의 대도를 주니, 너는 우리 도를 천명해서 그 글을 만들어 사람을 가리치고 그 법을 바로잡아 포덕하여 길이 끝없이 드리우라. 겸해서 신령스런 주문을 주노라. 제세주가 공경하는 마음으로 이 명교를 받들고 언제나 암송했다. 영주[靈呪]
지기금지 사월래(至氣今至 四月來) 유경(儒經)에 “중화(中和)에 이르면 천지가 제자리를 잡고 만물이 제대로 길러진다” 제세주가 거의 1년 동안 수도하면서 헤아려 보니 자연의 이치가 없지 않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주문을 짓고, 한편으로는 강령(降靈)의 법식을 짓고, 한편으로는 잊지 못할 말을 지어 차례로 도법(道法) 21자를 만들었다. 제자초학주문[弟子初學呪文]
위천주 고아정 영세불망 만사의(爲天主 顧我情 永世不忘 萬事宜) 강령주문[降靈呪文]
본주문[本呪文]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
이에 제세주가 마음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신령이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놀라지도 마라. 세상사람 들이 나를 상제라 부르는데 너는 상제를 모르는가?”라고 하였다. 제세주가 또 그 까닭을 물으니 이렇게 말했다.
제세주가 천주 모시기(侍天主)를 지극히 신중하게 했다. 9월 9일에 이르러 또 내리신 말씀이 있었는데, 하나는 환술(幻術)이요 하나는 영귀(榮貴)였다. 제세주가 이 말에 수긍하지 않은 바가 있었다. 그 후로는 비록 상제의 명교가 있더라도 굳건히 따르지 않았다. 밝은 천명 받기를 기약하고 드디어 음식을 사절하고 공손한 마음으로 기다렸더니 10월 1일(곧 9월 20일) 다시 말씀을 내리는 가르침이 다음과 같이 있었다.
시천주 영아장생 무궁무궁 만사지(侍天主 令我長生 无窮无窮 萬事知)
제세주가 천명의 명확함을 느끼고 깨달아, 마음을 보고 도를 체득해서 후학을 개도하려고 「용담가」, 「교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