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은 1인 영웅 일색이던 우리나라 역사서의 불문율을 깨고, ‘백성’이 전면에 등장한 최초의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19세기말 조선의 인구는 약 1,000만 여명, 이 가운데 30만 명 정도가 동학농민군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북한 일부 지역을 제외한 조선 전역에서 그들의 활동상이 포착되는 사실로도 알 수 있듯 유례없이 대단한 규모였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알려진 참여자의 얼굴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동학농민혁명 이후 본격화된 일제의 침략 행위로 농민군은 물론 그의 가족과 이웃까지 무자비한 탄압을 피해 평생 숨어살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을 사랑하던 수십만의 백성은 그렇게 이름 석 자, 사진 한 장 이 땅에 남기지 못한 채 무명농민군으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한편, 일제가 물러난 후 대한민국에는 국민 위에 부패한 정권이 자리하여 또 다시 대한민국을 19세기말 조선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의 국민은 좌절하지 않고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농민군’은 3.1운동, 5.18민주화운동, 그리고 촛불시민혁명 등에 ‘국민’으로 부활하여 성숙한 민주사회를 만들어왔던 것입니다.
이 전시는 현존하는 농민군의 사진에 담긴‘얼굴’을 통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싸운 수십만 참여자를 떠올리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준비되었습니다. 아울러 1894년부터 현재까지 나라의 위기에 맞서 이 나라를 지켜낸 이름, ‘백성’, ‘국민’의 면면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